피로사회, 한병철

2020. 5. 16. 20:19책 리뷰

한병철 작가는 철학자로 독일에서 피로사회를 집필해 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 후 독일에서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다니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다.

 

책은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선 독일어를 한글로 번역했기 때문에 평소에 쓰지 않는 용어(면역학적 주체, 강제하는 자유 등)가 상당히 많아 읽다보면 이게 무슨 뜻을 가진 말인지 다시 찾아보게 되기 때문이 첫 번째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성과중심적인 우리사회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는 면역학적 시대였다. 즉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그어진 시대였던 것이다.
중략
그러나 면역학적 담론이 유행한다고 해서 오늘날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면역학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

12~13p에 있는 신경성 폭력에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세계화와 IT기술이 발달하면서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그 경계는 짙어져 더 면역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의 경우 전처럼 음지에서 활동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포비아적 시선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피로"를 주제로 우리 사회의 성과주의를 비판한 것은 새롭게 다가왔다.

현대사회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기며, 이것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과잉"을 일으켜 피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사회에 대한 솔루션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깊은 심심함, 사색적인 삶이 필요한 것 같다.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실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긍정의 과잉이 우리는 피로하게 만든다면 스스로 경계선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도 필요하고, 어느 순간에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로 굉장히 곱씹으며 보았다.

책은 짧지만 오랜만에 깊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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